우리집 옆 도살장

우리집 옆 도살장

으리으리한 신축 아파트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십수 년 동안 수천 마리 개들의 목숨을 빼앗아 온 도살장이 존재합니다. 우리 삶 깊숙한 곳에 은밀히 숨어 있는 짙은 피비린내. 그곳에서 들려오는 개들의 비명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합니다.

제보를 받고 도착한 순천의 한 동네. 내비게이션은 외진 산속이 아닌, 깔끔한 아파트와 잘 닦인 도로가 이어진 신도시로 우리를 안내했습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고작 길 하나 건넜을 뿐인데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철창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는 개들, 무시무시한 도살 도구들. 사람들의 평온한 일상 바로 옆, 아주 가까운 곳에서 잔혹한 도살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새벽 3시. 위액트는 제보를 받자마자 도살을 막겠다는 마음 하나로 움직였습니다. 직장을 마치고 밤새 달려온 사람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무급 봉사자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빨리 모였냐는 순천시청 관계자의 말에, 위액트 활동가들은 그저 “한 마리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모든 것이 이미 정리된 뒤였습니다. 며칠 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시청은 도살 위기에 처한 개들을 곧바로 시보호소로 이동시켰습니다.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행정으로 개들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행정이 다녀간 뒤 불과 반나절 사이, 도살자가 사람까지 동원해 뜬장과 도살 집기들을 급하게 철거하는 바람에 도살을 특정할 증거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위액트는 도살 직전 시보호소로 옮겨졌던 여섯 마리에 더해, 도살자가 키우던 개 한 마리까지 총 일곱 마리를 구조했습니다.

벼랑 끝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아이들. 누군가의 눈에는 그저 고깃덩이에 불과했을, 아무 죄 없는 여린 생명들. 부디 이 아이들의 삶을 함께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더 이상 이런 고통 속에 놓인 생명이 존재하지 않도록 함께 행동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