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아야 한다, 다시 한 번

살아남아야 한다, 다시 한 번.

불길이 휩쓸고 간 마을에는 공허함만이 남았습니다. 이곳은 원래 일곱 마리의 개들이 함께 지내던 마을이었지만, 화재 이후 다섯 마리만이 남았습니다.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한 청년은 남겨진 아이들을 묵묵히 돌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들은 뜻밖의 사연. 화재가 나기 전, 누군가 이 황구를 마을에 몰래 버리고 갔다고 합니다. 이름도, 사연도 없이 내쳐진 아이를 마을 사람들은 안타깝게 여겨, 가족처럼 품어주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레 닥친 불길은 그 따뜻한 일상마저 앗아갔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조차 힘겨웠고, 남은 개들을 돌보는 일에도 복잡한 감정이 더해졌습니다. 결국 청년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이 아이라도 위액트에서 데려가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나 이미 구조 수용 한계를 넘긴 상황. 게다가 아이에게 외상이나 급박한 위기 증상이 보이지 않았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아이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을을 떠나려던 그 순간, 백미러에 비치는 작고 빠른 그림자, 죽기 살기로 달려오는 황구였습니다. 멈춰 선 차 주변을 빙빙 돌며, 간절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던 그 아이. 결국 문을 다시 열었고, 그렇게 황구는 위액트의 품에 안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비극적이게도 이 아이는 다시 생명의 위기 앞에 섰습니다. 갑작스럽게 피 섞인 설사를 쏟아냈고 결국 파보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루크는 살겠다고, 살고 싶다고 경북 영덕에서 우리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왔습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눈빛이 참 예쁜 친구입니다. 좋아하는 음식도 입에 대지 못한 채, 그저 조용히 사람 곁에 누워만 있습니다. 수혈을 하는 동안, 종일 부어 있는 뒷발을 주물러주고, 옆에 누워 밥을 먹였습니다.


”살아달라고… 너는, 살 수 있을 거라고.“ 여러분의 기도와 응원이 루크에게 닿았던걸까요? 루크는 힘겨운 싸움을 이겨내고, 그 누구보다 생기 있는 모습으로 퇴원했습니다. 루크는 이갈이 장난감을 좋아하고, 더홈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친구였습니다.



지금의 루크는 가족을 만나, 그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보입니다. 루크가 간절한 마음으로 보낸 구조 신호를 현실의 높은 벽에 끝끝내 외면했더라면, 이렇게나 해사한 루크의 미소를 다시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아찔한 생각이 듭니다. 루크가 스스로 개척해 낸 새로운 삶의 이야기를 되짚으며, 위액트는 다시 한번 길 위의 가여운 생명들이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지 않도록 곁을 지키겠다고 다짐합니다.